철책과 자연이 화합의 노래를 부르는 곳, 하성면 霞城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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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마루
기사입력 2021-06-02 [17:01]

▲ 하성면 황금들녘     ©김포마루

 

한강을 두고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 밥맛 좋은 쌀을 생산하는 기름진 평야, 한강하구 중립수역으로 지켜진 청정 지역… 김포 최북단에 자리한 하성면을 일컫는 표현들이다. 현재 하성면에는 마곡(麻谷), 석탄(石灘), 후평(後坪), 시암(柿岩), 마조(麻造), 가금(佳金), 양택(楊澤), 원산(元山), 하사(霞沙), 봉성(奉城), 전류(顚流), 마근포(麻近浦)리 등 12개의 법정리가 있고, 면적은 김포 관내에서 가장 넓지만(54.83㎢) 인구는 1만이 채 되지 않는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따라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이들의 고향, 하성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들여다본다.

이유경 시민기자

 

 

▲ 하성에서 바라본 북녘땅     ©김포마루

 

금색 물결 찬란했던 들녘

하성면도 김포의 여느 곳과 다름없이 논농사가 주를 이룬 곳이다. 봉성산, 연화산, 동성산, 태산 인근으로 포도밭, 배밭도 꽤 있었지만 후평리, 석탄리,시암리, 하사리 일대는 드넓은 평야를 자랑했다. 수확을 앞둔 가을날, 문수산에 올라 내려다본 후평리평야는 말 그대로 황금색 물결이 넘실대는 장관을 이루었다.

 

지금이야 항공방제에 기계가 다 하는 시대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사람 손이 귀했다. 일손이 부족해서 일찍 모내기를 마친 아랫녘 사람들이 이곳까지 올라와서 품을 팔았다. 동네 아이들도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놓자마자 농사일을 거들었다. 제초제를 뿌릴 때면 친구들과 순번을 정해 서로 돕고, 인삼밭이 많아 삼포이엉을 엮어 부모님께 용돈을 받았다. 새참 나르는 길에 따라나섰다 논바닥에 미끄러져 그릇을 엎기도 했다. 농사가 끝나면 지푸라기로 새끼를 꼬아 내다 팔았는데, 노끈이 없던 시절 주요한 수입원이 되어 아이들의 학비를 담당할 정도였다.

 

농사일로 바빴으나 아이들은 어른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며 산소 앞 잔디밭에서 솔방울을 차고 놀거나 수로, 보에서 물놀이를 했다. 하천에서 미꾸라지를 잡아다가 양은솥 하나 얹어 국수를 넣고 친구들과 추어탕을 끓여 먹고, 싱아나 송진 같은 것을 따먹기도 했다.

 

밤하늘 별이 쏟아졌던 이 농촌마을도 이제는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포도밭은 물론이고 논까지 매립하여 공장이 들어서고 있고, 논 한가운데 창고가 생겨나기도 했다. “어린 시절 금색 물결이 일던 평야가 빨갛고 파란 공장 지붕들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 아쉽다”는 하성 출신 시민의 이야기가 안타깝기만 하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단한 삶

하성면에는 전쟁이 끝나고 이북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많이 정착했다. 한강을 두고 북한과 가깝다 보니 ‘누구네가 월북을 했다더라’, ‘어느 집이 알고 보니 간첩이라더라’, ‘빨대를 물고 한강을 잠수해서 간첩이 내려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시계 알람이 아닌 대북·대남 선전 방송에 잠에서 깼고, 텔레비전에서는 북한 방송이 심심찮게 나왔다. 북한에서 수해가 났을 때는 살림살이에 돼지까지 떠내려 오기도 했다.

 

한강하구에 유일하게 남은 포구인 전류리 포구는지금까지도 자유로운 조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웅어를 비롯해 실뱀장어, 송어, 새우, 참게가 많이 잡히는 곳이지만 군부대의 허가를 받고 정해진 시간에 신고된 사람만이 어업을 할 수 있다. 월북의 위험이 있다 하여 최근까지도 동력이 있는 배가 아닌 목선을 띄웠다. 지난2019년에는 ‘김포시민의 날’을 맞아 한강물길열기 행사가 이곳 전류리 포구에서 열리기도 했다.

 

하성면에는 민통선이 있다. 같은 하성면 사람이라해도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허가를 받아야 했다. 아무나 드나들 수 없기에 농번기에는 군인들이 일손을 도왔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떡을 해서 부대에 돌리기도 했다. 북한과 인접하다 보니 외지인에 대한 두려움도 많았다. 그래서 면민들 간에는 작은 일에도 서로 힘을 보태고 화합하고 협동했다. 인구도 많지 않은 조용한 마을이지만 군민의 날 행사가 열리면 선수를 차출하고 응원단을 조직하고, 부녀회에서는 음식을 만들었다. 줄다리기같이 힘을 모아하는 승부에서 하성면은 강세를 보였다. 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전국토의 공원화’라는 슬로건 아래 마을 환경개선사업이 있었는데 하성면민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참여했다.

 

규제와 제약을 넘어 살기 좋은 마을로

하성면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하성초와 금성초가 있고 대부분이 하성중-하성고로 진학했다. 하성고등학교는 김포 안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데 최근에도 학교 발전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인심 넉넉한 마을에 걸출한 인물도 많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충절을 지킨 여흥 민씨 집안을 비롯해 조선의 다부(茶父)로 추앙받는 이목(1471~1498, 가금리)과 명나라 황제까지 효성으로 감동시킨 김호신(1543~1617, 시암리)이 있다. 현대로 내려오면 석탄리 출신 권이혁 장관(1923~2020)은 환경부·보사부(현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지냈으며 서울대 총장과 병원장을 역임했다. 안보가 중요한 곳에서 성장한 탓에 장성 출신도 배출했고 정계·학계·법조계로도 많은 이들이 진출했다.

 

산 좋고 물 좋은 인심 넉넉한 마을이지만 지리적·환경적으로 각종 제약에 묶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군사시설보호지역, 환경보호지역,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지정되면서 지역 주민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재산권 문제와는 별개로 지역발전을 어렵게했고, 보존과 개발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2017년부터 진행된 하성 작은도서관이 올해 3월 개관하여 운영에 들어갔다.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작은도서관은 도서관 시설을 비롯해 청소년 공부방, 마곡1리 경로당 및 주민회의실의 공간도 마련되어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성면 주민들이 자주 찾는 동성산 둘레길 및 원산 약수터 가꾸기 사업도 진행되어 산책로안내표지판이 설치되고 약수터 정비 및 환경정화가 이루어졌다. 또 반려견놀이터를 조성하는 등 재정비가 완료된 태산패밀리파크는 주말과 공휴일에 숲속 체험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발딛을 틈이 없다.

 

하성은 이렇게 김포를 대표하는 워라밸 관광지이자 주민이 살기 좋은 동네로 거듭나는 중이다.

 

▲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 동네 아이들도 학교가 끝나면논으로 나가 일을 거들었다.     ©김포마루

 

▲ 하성면 작은도서관     ©김포마루

●하성작은도서관

주소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로806번길68-13

운영 평일 10:00~18:00

문의 5186-4889

 

* 다음호에는 고촌읍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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