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평등 세상 열어줄 지혜의 책
김포가 간직한 보물
‘묘법연화경’
![]() ▲ 묘법연화경 표지 |
김포시에는 총 6건의 국가지정문화재가 등록되어 있다. 문수산성, 장릉, 덕포진 등은 익히 알려진 사적지다. 보전가치가 높은 천연기념물 재두루미가 도래하는 한강하구도 문화재청의 보호 아래 관리되고 있다. 평안도 지방에서 유래된 전통주인 문배술을 빚는 기술도 무형문화재로 등재되어 전승되고 있다. 지역에서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국가문화재는 ‘묘법연화경’이라는 목판 인쇄본이다. 발음도 어렵고, 불경이라는 종교적 특성과 함께 훼손 우려로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김포시 ‘1호’ 문화재다.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불경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 김포마루가 만나봤다.
글 황인문 시민기자 | 도움말 최관영(승가대학교 도서관 과장)
승가대학에서 만난 김포 ‘1호’ 문화재
장릉 맞은편에 자리 잡은 중앙승가대학교. 우리나라 유일한 승려 전문교육대학으로 1979년 개교해, 2001년 이곳 풍무동으로 학사를 옮겨왔다.
올해 41회 졸업생까지 2,000여 명이 넘는 동문을 배출했다. 도서관 내특별하게 제작된 금고. 두 개의 다이얼을 몇 차례 돌리고 돌려 드디어 비밀의 문이 열렸다. 학교 측의 도움으로 베일에 싸여 있던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마주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닥나무 한지를 여러 겹 덧댄두꺼운 표지를 넘기자 한 장 한 장 한자와 훈민정음이 빼곡하다. 한문을 한글로 번역한 언해본이다. 550년 전 인쇄됐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선명한 글씨가 놀랍다. 책등은 종이와 종이를 엮은 실밥이 다섯 번 지 나가는 전통적인 오침안정법으로 엮였다.(일본과 중국은 사침이 기본이다.) 묘법연화경은 닥종이에 찍은 목판본으로 크기는 가로 23cm. 세로 32.5cm이며 권당 2책으로 만들어져 총 7권 14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앙승가대학교가 소장하고 있는 법화경은 7권下책으로 맨 마지막 부분이다.
![]() ▲ 중앙승가대학교 |
나랏말 알리는 데 힘쓴 간경도감과 불경
묘법연화경은 불경을 한글로 풀어 쓰는 작업을 위해 설치된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세조 9년(1463)에 목판에 새긴 것을 성종 3년(1472)에 인수대비가 세조, 예종, 의경왕, 인성대군의 명복을 빌고자 종이에 찍어냈다.
인수대비가 찍어낸 29종의 불경 중 하나인 묘법연화경이 간경도감에서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다. 책 말미에 책을 쓴 까닭이 적힌 집현전 학사 김수온(金守溫)의 글이 있다. 유학자이며 숭불(崇佛)을 주장한 김수온의 형은 ‘신미대사’ 김수성(金守省)이다. 신미대사는 2019년영화 ‘나랏말싸미’에서 훈민정음 창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그려진다.
![]() ▲ 묘법연화경 권7下 © |
정음 창제와 관련해 영화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신미대사가 정음 반포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세종 사후 세조는 사미대사를 ‘존자’라 존칭하고, 국사로 모셨다. 세조 7년에 간경도감(刊經都監)을 설치하고 신미대사를 수장으로 해서 효령대군(孝寧大君)과 김수온 등에게 불서를 언해하고 간행한 것이 100여 종에 이르기 때문이다.
보물에 담긴 평화의 메시지
‘올바른 법(을 가르치는) 흰 연꽃(과 같은) 경전’이라는 뜻을 지닌 묘법연화경은 줄여서 ‘법화경’이라고 불린다. 부처가 되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대승불교의 중심 사상이 담겼다.
천태종의 근본 경전으로 화엄경과 함께 한국 불교 사상 확립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으며, 여성도 성불하여 부처가 될 수있다’는, 당시로서 굉장히 급진적이었던 석가의 설법을 옮겼다. 묘법연화경은 계급을 부정하고 사람들의 높낮이를 따지지 않으며,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마음이 본래 청정하다’는 대승불교의 사상이다. 법화경은 또한 공덕을 쌓기 위한 수행의 방법에 대해서도 논거하고 있는데 탐욕의 마음을 떠난 자비의 마음이야말로 보살의 마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포의 보물이 혐오와 배제에서 사랑과 평화로 나아갈 해법을 던져주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