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릉은 내게 용기를 주고 대명항은 나를 미소 짓게 하네 뷰 파인더로 세상과 소통하는 허희재 작가의 ‘김포 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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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마루
기사입력 2022-12-29 [00:45]

 

힘든 시기 장릉숲에서 만난 귀한 인연들

서울에서 나고 자란 포토그래퍼 허희재(43) 씨는 3년 전 구래동 언니네 집에 들어오면서 김포를 알게됐다. 그리고 얼마 후, 언니가 타 지역으로 떠나고 부터 ‘1인 가구’를 꾸렸다.

김포에 막 적응을 시작할 무렵 희재 씨는 지쳐있었다. 남초 세계라 할 수 있는 촬영 현장에서 그는 무거운 카메라 장비도 거뜬히 둘러멘 채 뛰어다니고, 누구와 술자리를 해도 절대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만큼 강한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그랬다. 엄마는 딸을 예쁜 인형처럼 키우고 싶어 했지만 희재 씨는 일찍부터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있었다.

누구보다 당당했던 희재 씨의 몸과 마음이 바닥까지 내려앉았던 시기에 김포는 그를 일으켜줬다. 희재씨에게 먼저 손짓한 건 장릉이었다.

 

“여긴 어떤 곳일까 하고 그냥 한 번 가봤어요. 그곳에서 생명의 기운, 빛의 위대함을 느끼면서 점점 빠져들었죠. 장릉 문이 열려서 들어가면 석상 두 개가 있는데 그 석상을 바라보고 매일 ‘할아버지 오늘 하루는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고 물었어요. 코너를 돌면 한국에서 보기 힘든 백송(소나무)이 있어요. 이친구는 날씨에 따라 매번 색깔이 달라요.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면 연지(연꽃을 심은 못)가 나오는데 여긴해가 뜰 때 너무 예쁘죠. 비 오는 날에는 또 제각(묘제를 지내기 위한 목조건축물)에 누워 흙 내음, 물내음, 바람 내음을 맡으면 머리가 맑아져요.”

 

“있는 그대로의 평범한 풍경들을 사랑해”

희재 씨는 묘지인 장릉의 분위기가 침체돼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희재 씨가 장릉에서 본 건아이러니하게도 새 생명의 신비로움이었다. 특히 장릉 나무숲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희재 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울한 사람은 햇살을 봐야 한다잖아요. 장릉에서 햇살이 내리쬐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생명력이 솟고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산책하며 자주 마주치는 할머니 한 분이 하루는 사람들에게 ‘난 여기 와서 운동한 덕분에 살았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알고 보니 암 투병을 하셨던 건데 저처럼 장릉에서 에너지를 얻었다는 게 신기했어요.”

 

희재 씨는 있는 그대로의 김포를 사랑한다. 통진읍내 거리와 구래동 아파트 위로 날아다니는 비행기 등 평범한 풍경을 종종 작품에 담는다. 대명항의 노을에 여운이 깊다고도 그는 예찬한다. 희재 씨는 그래서

김포에 개발 소식이 들려오는 걸 아쉬워한다.

 

“저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 정감 있는 그림을 좋아하는데 70~80년대의 정감 있던 동네가 똑같은 사각형이 되어가는 게 안타까워요. 아이들이 뛰놀던 골목이 어느날 획일화된 대로가 되어버리는 기분이랄까요. 그렇다해도 김포는 저에게 특별한 도시랍니다.”

 

희재 씨는 고된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는 “밤늦게 김포에 들어서면 내일은 장릉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나무 위에서 나를 노려보던 청설모는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서 빨리 가봐야겠다는 생각만 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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