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양동 아트빌리지 역할놀이의 판 을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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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마루
기사입력 2022-10-28 [21:06]

 

“엄마는 사실 뭐야?”

35개월 난 딸아이가 물었다. 역할놀이에서 어떤역을 맡겠냐는 뜻이다. 아이는 엄마가 토끼나 사다리차가 되길 원하겠지만 똑같은 질문을 백만 스물한 번 쯤 듣다 보면 심통이 나기 마련이다.

“엄마는 사실 호랑이였지요. 어흥!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으아아앙. 아니야.”

아이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손을 앞으로 내저었다.

콧물흡입기로 콧물을 뽑는 의사선생님이나 입을쩍 벌린 악어 다음으로 아이가 무서워하는 게 호랑이다. 해님과 달님 동화를 알려준 뒤로 호랑이라면울음을 터뜨린다.

“알았어, 알았어. 엄마는 사실 크롱이었지요. 크롱크롱.”

그제야 아이가 환히 웃었다. 크롱 흉내를 내야 하는엄마는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말이다. 이역할놀이는 몇 살을 더 먹어야 끝나는 것인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하지 않던가. 이왕 하는 거아트빌리지에서 시원하게 광대가 되어주기로 했다.

운양동 모담산 자락에 위치한 아트빌리지의 한옥마을은 역할놀이 무대로 안성맞춤이다. 한옥을 배경으로 한 데다 마을 광장에 다양한 소품들이 마련돼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시작은 가볍게 택시 놀이로, 광장 한쪽에 주차돼 있던 나무 손수레를 잡자 엄마는 인력거꾼으로 변했다.

“아기씨, 얼른 타시지요. 쇤네가 마을 한 바퀴 돌아드리겠습니다요.”

옛사람인척 꾸민 엄마의 말투에 아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아이가 엉거주춤 손수레에 오르자 엄마 아니 인력거꾼이 외쳤다.

“물렀거라. 아기씨 나가신다, 모두 길을 비켜라.”

“모두 길을 비켜라.”

이제 알겠다는 듯 아이가 엄마의 선창을 따라한다.

꺄르르 웃음소리가 터진다.

드르르륵. 돌돌돌. 손수레는 돌바닥을 경쾌하게 굴렀다. 민속그네장에 도착하자 인력거꾼과 아기씨는 춘향이와 향단이가 되었고, 주리틀 앞에선 의금부도사와 죄인으로 바뀌었다. 실감나는 배경 덕분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에 몰입하게 되었는데, 감옥에 와서는 절정에 이르렀다.

“네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어어. 살려주세요.”

아이가 장난스레 몸을 배배 꼬았지만 엄마 사또는 봐주지 않았다.

“목욕하기 싫다고 떼 쓴 죄, 밤마다 자기 싫다고 버틴 죄.

용서할 수 없다. 이 꼬맹이를 당장 하옥하라.”

철컥. 아이를 넣은 감옥의 문이 닫혔다. 그런데 아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입이 댓발 나온 것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태세다. 얼른 문을 열고 아이를 안아들었더니 아이가 풀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서웠어. 혼자 있어서 외로웠어.”

“아이고, 엄마가 미안해.”

역할놀이가 어른한테야 시시한 연극이지만 아이한테는 진짜나 다름없을 텐데. 반성을 담아 아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고 있자니 아이가 물어온다.

“엄마는 사실 뭐야?”

그래. 이번엔 뭐가 되어볼까나. 너무 무서운 건 안되는데.

“으응, 엄마는 사실….”

 

김포아트빌리지

운영 9:00~18:00, 월요일 휴관             

위치 김포시 모담공원로 170(운양동)

문의 김포아트빌리지 031-996-6836 시설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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